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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자아 정체성 찾기 여정 /모아나/여성 주인공/문화

by talk11119 2025. 7. 31.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전통적인 동화에서 벗어나 자아 정체성과 독립적인 여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여성 서사를 보여줍니다. 특히 어린 주인공 모아나가 바다를 넘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현대 사회에서의 ‘자기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를 풍부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모험담이나 영웅 서사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정체성, 세대 갈등, 자연과의 관계, 여성 주체성이라는 다양한 층위를 품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모아나를 통해 자아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성장해 가는지를 세 가지 관점(모아나의 내적 여정, 여성 주인공으로서의 상징성, 문화적 서사 구조)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모아나

모아나의 내적 여정: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탐색

모아나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에 끌리는 소녀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속한 부족에서는 바다를 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으며, 족장의 딸로서 공동체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집니다. 영화 초반의 모아나는 이런 외적 기대와 내면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품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독립적인 주체로의 성장이라기보다는, 자기 정체성 형성의 전형적인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자아 정체성이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에 속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인식하고 확립하는 과정입니다. 모아나는 “나는 족장의 딸이다”라는 외부 정체성과 “나는 바다를 항해하고 싶다”는 내적 충동 사이에서 수차례 갈등합니다. 이 내적 충돌은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겪는 ‘자기 찾기’와 유사하며, 이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큰 공감을 얻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바다가 모아나를 부른다는 설정은 단순한 판타지 장치가 아니라, 자아를 향한 무의식적인 호출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외부로부터 떠밀리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모험에 나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는 ‘운명적 영웅’의 서사를 넘어선 ‘내적 각성’의 여정을 의미하며, 자아 정체성 형성의 자율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모아나는 “나는 모아나다”라는 대사를 통해 명확하게 자기 정체성을 선언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뿌리(문화), 욕망(모험), 역할(지도자)을 모두 통합한 결과로써, 매우 의미 있는 성장의 순간입니다.

여성 주인공의 서사 변화: 구원받는 공주에서 자신을 구하는 리더로

디즈니는 오랫동안 '백마 탄 왕자'와 '구원받는 공주'라는 공식에 기반한 서사를 반복해 왔습니다. 초기의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은 수동적이며, 외부의 도움이 있어야만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모아나는 이러한 디즈니 전통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서 모아나는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바다를 항해하며, 신화적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입니다. 영화 내내 로맨스 요소가 거의 배제되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모아나는 자신의 여정에 남성적 사랑이나 연애가 개입되지 않고도 충분히 서사를 이끌고,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주체로 등장합니다. 이는 젠더적 관점에서 ‘여성 주체성’의 선언이며, 어린 여성 관객들에게 “네가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남성 캐릭터 마우이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며,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조언하지만, 주도권은 항상 모아나에게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여성 주인공의 서사 변화는 현대 애니메이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단순히 ‘강한 여성’이라는 표면적 형상에서 그치지 않고, 감정적으로도 복잡하며, 실수를 겪고, 자기 확신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여성 서사의 중심으로 부각됩니다. 모아나는 강인하지만 완벽하지 않으며, 흔들리지만 끝내 자기 길을 찾아갑니다. 이 모든 과정은 기존의 ‘이상적 여성상’을 벗어난 보다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여성 캐릭터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리더십의 개념에서도 모아나는 ‘권력’을 통해 사람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공감과 경청,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지도자로 성장해 갑니다. 이는 권위적 리더십에서 감정적 지성과 배려 중심의 리더십으로 전환되는 현대 사회의 흐름과도 연결되며, ‘여성 리더십’의 상징으로 모아나가 재조명되는 이유입니다.

문화적 서사로서의 모아나: 전통, 자연, 그리고 이야기의 힘

모아나는 폴리네시아 문화에 기반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단순한 문화적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의 정체성에 깊이 관여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표현된 전통 의상, 노래, 항해 방식, 신화 속 존재들은 실제 하와이, 사모아, 타히티 등의 문화 요소를 참고하여 만들어졌으며, 디즈니가 기존의 서구 중심적 시각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모아나의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녀는 단순히 개인의 자아를 찾는 것이 아니라, 부족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갑니다. “우리는 항해자였다”라는 진실을 발견하는 순간, 모아나는 개인의 욕망을 넘어 공동체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자처하게 됩니다. 이는 서양식 개인주의적 자아 찾기와는 또 다른, 공동체적 정체성 확립의 서사로서 매우 독특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또한 자연과의 관계 역시 이 작품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바다, 섬, 바람, 동물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하며,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는 서양 중심의 인간 우위적 세계관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며, 모아나가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이야기의 힘’을 강조합니다. 모아나는 단지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의 진실을 마주하고, 그것을 현재에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즉, 전통은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주체가 새롭게 써나갈 수 있는 살아있는 서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모아나의 여정은 단지 자신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과 정체성을 공동체와 함께 재구성하는 서사입니다.

모아나는 현대 애니메이션 속 자아 정체성과 여성 주체성, 문화적 다양성의 모든 요소가 정교하게 엮인 작품입니다. 단순한 디즈니 공주의 틀에서 벗어나, 모아나는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하며, 공동체와 자연을 잇는 리더로 거듭납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관객에게 자아를 찾는 용기와 문화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혹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모아나를 다시 감상해 보시길 추천합니다.